심상정 소개


 지난 2005년 국회 재정경제위원들과 프랑스에 다녀왔다. 당시에도 비정규직법이 상당히 논란이 되었고 그걸 부여잡고 농성도 참 많이 했다. 10석뿐인 진보정당의 힘으로 악법을 알릴 길이 업어 했던 농성인데, 그 때문에 우리들에게는 ‘농성당’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프랑스를 찾았을 때, 마침 그곳도 우리의 비정규직법과 비슷한 ‘최초 고용 해고법’이라는 법안으로 나라 안이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최초 고용 해고법’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을 가진 사람의 경우 최초 이 년 동안 고용주가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한시 해고법이었다. 우파 정권에서 법안을 상정하자 사회적으로 엄청난 싸움이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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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고용해고법(CPE)'에 반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프랑스 대학생들


 그때 프랑스에서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어서였다. 투쟁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대학생과 부모들이었다. 최초 고용 해고법의 초대 피해자가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뒤를 이어 언젠가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될 것 이라며 고등학생들이 나섰고, 우리나라로 치면 민주노총 같은 노동단체는 뒤늦게 합류했다. 이십대와 부모들이 나서니까 이건 국민 전체가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연인원 250만이 넘는 시위로 결국 그 법을 좌절시키고 나서야 대학생과 부모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나는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면서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직보호법’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된 그 법의 초대 피해자는 바로 대학생들을 포함한 이십대였다. 요즘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부모들이나 학생들은 자신들이 졸업 후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대학생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나 비정규직의 문제는 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는 비정규직 더 늘리는 악법임이 증병된 그 비정규직법이 그때 통과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법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젊은이들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악법이고 내 앞길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목소리를 냈다면 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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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후보의 대학시절 사진



 또 근래에 정부가 세금을 감세한다고 하는데, 그 감세 총액이 연 평균 28조원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내놓은 청년실업 해소책이라는 게 인턴 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도 안 되는 한시적인 공공근로 등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똑같은 28조 원을 가지고 연봉 2800만 원의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과연 우리의 인생과 과연 관계가 없는 일일까? 아니, 아주 밀접한 문제이다.

지금 정치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사람들이 바로 청소년들이다. 정치가 청소년들의 일자리와 미래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옆에 있는 친구와 경쟁하는 것보다 내 삶에 훨씬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과연 정치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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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당원들과의 모임이 끝나고...


 이십대가 어떤 사회적인 해법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이십대의 목소리는 곧 부모의 목소리가 되고, 그것이 국민들의 목소리가 되기 때문에 정치권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당신들에게는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충분하다. 다만 이십대의 정치적 무관심 탓에 정치적 목소리로 모이지 않아 못 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정치에 주권자로서 개입하고 더 나아가서 정치의 이해관계가 가장 절실한 세대로서 더 큰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 개별적인 해법 이상의 발전적인 사회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힘은 당신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세다. 어쩌면 당신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내려온 슈퍼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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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인생기출문제집:대한민국 이십대는 말하라"(2009, 북하우스)에 수록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의 글을 출판사의 동의를 받고 옮겼습니다.



2010/02/24 01:08 2010/02/2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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