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말처럼 싱싱한 단어가 또 있을까? 젊음이나 청춘과 제일 잘 어울리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전 세대를 아울러 푸르른 단어가 바로 ‘자유’이다. 인생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가져가려면 자유의 삶의 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자유는 무엇인가? 자유를 한자로 표현하면 스스로 자自, 이유 유由이다. 즉 자기 이유라는 뜻이다. 자기 이유가 분명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지금 자기 이유가 분명한 삶을 살고 있느냐, 내 근거가 분명한 삶을 살고 있느냐 이것을 끊임없이 되새겨봐야 한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자기 판단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이유가 분명한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다면, 분명한 이유로 변화되는 것이니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 부모나 외부의 선택에 의해 살다보면 중간에 우왕좌왕 길을 잃을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막막해지고 만다.
짧은 예로, 고3 때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이소룡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오늘이 극장에서 상영되는 마지막 날이니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평소 같으면 고민 없이 갔겠지만 마침 그날은 시험 전날이었다. 친구는 시험기간에 혼자 가기 뭐했는지 나 이외에도 여러 친구들을 설득했고, 시험이 걱정스럽지만 영화도 보고 싶은 여고생들은 친구를 따라나섰다. 그 친구는 자신이 보고 싶은 이소룡을 보러 간 것이기 때문에 극장에서 내내 상기된 표정으로 영화를 봤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나머지 친구들은 시험공부나 할걸 괜히 왔나 찜찜한 것이, 이거 내가 잘한 선택인가 싶어 영화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소룡을 좋아했던 친구는 자기 이유가 분명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영화 보고 ‘업’되어 밤새 공부를 해서 시험도 잘 보았다. 분명한 자기 이유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갔던 우리는 시험을 망친 기억이 있다. 사소한 예지만 자기 이유가 분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가 어떤지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이었다.
자기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삶을 살면 고독하다. 자기 내면과의 대화에 허기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방적으로 안내되는 길을 따라왔는데 이게 어딘가 싶고, 친구에게 위로받기는 더더욱 어렵고, 그 누구와도 소통하기 어려울 때 결국 자기 자신을 찾으며 술 한잔 권하게 되는데 그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외롭고 힘들면 혼자 술 한잔 하며 자기 자신과 소통해보길 권한다. 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꿈을 가지고 지금까지 달려왔는지,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인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누구의 위로보다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갈등하고 번민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뜨이다. 고뇌와 번민의 술 한잔을 피하지 말고 즐겨라. 자신과의 씨름은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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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인생기출문제집:대한민국 이십대는 말하라"(2009, 북하우스)에 수록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의 글을 출판사의 동의를 받고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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